지인들에게 선물을 주고 가족 빚을 갚기 위해 1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증권사 간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안성준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증권사 간부 박모씨(47·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증권사에서 자금관리 업무를 맡았던 박씨는 2013년 4월부터 수백여차례에 걸쳐 회삿돈 1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 2010년부터 장이 끝나면 이들의 위탁계좌에 있는 돈을 환매조건부채권(RP) 계좌로 옮겨주고 다음날 장이 시작되면 이 돈을 다시 위탁계좌로 옮겨주는 일을 했다.

당시 동료 직원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박씨는 이들의 계좌에서 돈을 조금씩 빼서 사용하게 됐다. 빼돌린 돈이 억대로 커지자 결국 박씨는 회삿돈에도 손을 댔다. 박씨는 650차례에 걸쳐 직원들의 계좌에서 돈을 빼돌리고, 회삿돈으로 채워넣는 방식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빼돌린 돈 11억원 중 7여억을 농산물이나 화장품 등의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박씨 측은 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과정에서 지인들에게 선물해야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은밀하고 불량하게 범행했고 그 규모도 상당하므로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