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희롱 예방을 위한 12대 행동지침’중 8번 지침은 현재 삭제됐다

[한국증권신문-오혁진 기자] 외교부의 산하기관인 코이카가 최근 내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공지한 성희롱 예방지침이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어 논란이 되고있다. 지침 내용 중 성희롱 원인이 피해자 옷차림과 행동에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코이카는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성비위 및 비리사건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알려드린다”며 ‘성희롱 예방을 위한 12대 행동지침’, ‘성비위 근절을 위한 대응방안’, ‘성비위 및 비리 방지대책’, ‘익명신고시스템 개선 계획’ 등의 문서를 첨부해 공지했다. 최근 간부들의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 재발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 공지에는 ‘성희롱 예방지침’에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차림이나 행동은 가급적 자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직원들은 “경영진이 피해자의 옷차림과 행동을 성희롱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전형적인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행동을 문제의 원인으로 삼는 인식”이라며 해당 문구의 삭제를 요구했다. 코이카는 즉각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코이카 관계자는 “공지를 급하게 만들다보니 세심하지 못했다. 다음부턴 더욱 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부처에 있는 가이드라인을 따라했다”고 말했다. 그 정부 부처가 외교부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현재 외교부에서 쓰지 않고 있다. 외교부 측에서 전달을 한 적도 없다"며 "코이카 측이 예전 홈페이지를 참고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이카 경영진들이 사내 성추행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적으로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음에도 상식적이지 못한 내용을 공지했기 때문이다.

외교부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잇따른 성추행 논란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추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코이카가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외교부가 내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