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년 계약 기간이 끝나는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 3개 역사에 대해 국가에 귀속시키지만 임시 사용허가를 주기로 했다. 롯데, 한화 등 이들 역사를 사용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건물이 국가에 귀속되더라도 사업을 접지 않게 됐다.

유통업계는 당장 닥친 문제는 해결했으나 임시허가가 만료되면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급한 불은 껐다

지난 18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역 영등포역 동인천역 등 민자역사 3곳을 사용하는 업체와 상인들에게 1, 2년의 임시 사용허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자역사는 국유 철도부지에 민간 자금으로 상업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사업자는 시설을 관리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점용료를 내고 이를 30년 동안 점용할 수 있다. 점용 기간이 끝난 시설은 ‘국유철도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철거되거나 국가에 귀속된다.

일각에서는 30년간 사업을 이어온 업체들이 ‘눈 깜짝할 새’에 영업권을 잃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으로부터 점포를 임차했던 영세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될 수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가 기존 사업자들에게 사용 기간을 연장해줄지를 두고 확정된 대책이 없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임시 사용허가를 통해 일정 기간 업체들의 영업권을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임시 허가기간이 끝나면 철도공단이 주관하는 일반 경쟁입찰로 새 사용업체를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로 선정되는 업체는 최장 10년간 역사를 쓸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영세상인에 대한 영업권 보장책도 추가로 내놓을 계획. 경쟁입찰 조건에 기존 점포들과의 계약관계를 승계하는 내용을 넣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영세상인들이 곧바로 영업권을 잃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토부, 임시허가 만료 대책 세워야
 
유통업계에선 국토부가 유예기간을 준 것을 반기면서도 임시허가가 만료됐을 때의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법체계 정비 등 남은 과제가 적지 않고 입찰 방식과 운영 규정 등이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국유재산법상의 재임대 관련 규정이 문제다. 역사가 국가에 귀속되면 국유재산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 경우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 재임대를 주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점포의 20% 정도를 임대 매장으로 운영하는 백화점 등의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경쟁입찰이 새로 나오더라도 업체들이 선뜻 사업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법상 신규 점용 사업자의 사용 기간이 최장 10년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점포 계약은 최소 20년이다. 10년을 보고 수천억 원을 투자하긴 어렵다”며 “국토부의 명확한 입장이 나와야 향후 시행계획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