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신문-오혁진 기자] 강남구청이 신연희 구청장을 돕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신연희 구청장의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삭제했다고 인정했음에도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한 강남구 의원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29일 강남구청은 신연희 구청장의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구청 측이 삭제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여선웅 강남구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직접 자료 삭제를 실행한 김청호 전산정보과장이 고소인이다.

김 과장은 언론을 통해 "출력물관리시스템에 저장된 전산자료에는 업무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전 직원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있는 내용이 있어 전산자료를 삭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에 지웠다는 주장을 하면서 사실상 증거인멸을 인정한 것이다.

여선웅 강남구 의원은 강남구청의 적반하장식 태도가 놀랍다고 비판했다. 여 의원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구청이 '인멸은 맞는데 증거는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수사기관과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상황에서, 해당 자료가 압수수색의 대상임에도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남구청이 경찰이 제출을 요구하자마자 증거인멸을 진행한 것은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해당 자료는 강남구청 직원 직원 1500명이 그동안 컴퓨터로 출력한 문서 내용이 그대로 담긴 압축파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의 개인정보도 있겠으나 신 청장의 횡령‧배임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은 신 청장의 범죄 행위를 포함해 지시 사항이 문서로 남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자료를 핵심증거 중 하나로 보는 이유다.

강남구청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구청 측이 증거인멸을 한 것은 신 구청장의 범죄 의혹과 관련해 컴퓨터 내부 서버 등의 기록을 지운 같다”며 “구청이 신 구청장을 돕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키운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0일 강남구청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뒤 증거인멸 혐의 피의자신분으로 전환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증거인멸을 직접 지휘‧감독한 정황이 뚜렷한 신 구청장에 대해서는 형사입건 및 참고인신분으로 소환조차 하지 않아 경찰과 강남구청은 ‘한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