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는 16일 선물환 가격을 담합한 도이치은행과 BNP파리바은행에 시정명령과 더불어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고발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내세운 상황에서 고발권 독점의 폐해를 보여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이치은행과 BNP파리바은행은 2011년 4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국내 2개 기업이 실시한 선물환(환율변동 위험 방지를 위해 계약 당시 미래 특정 시점의 환율을 정해 거래되는 상품) 구매 입찰에서 번갈아가며 낙찰받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달러당 최소 2원 이상을 마진으로 붙이기로 했는데, 기존 마진이 0.9원에 불과해서 1.1원을 했다. 이 두 은행은 총 44건, 2억2400만 달러의 선물환 구매 입찰에서 담합으로 부당이득을 봤다.

공정위는 두 은행에 선물환 판매 관련 담합 행위를 금지하고, 가격 정보 등의 교환도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결정했다. 또한 도이치은행 7100만 원, BNP파리바은행 1억500만 원, 총 1억 7600만 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이러한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카르텔조사국이 공정위 심결과정에서 과징금 부과뿐만 아니라 검찰에 두 은행의 본점을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담합행위에 가담한 직원까지 추가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공정위가 재심사명령을 했다가 재심사에서 고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한 달 만에 공정위 입장이 뒤집힌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내고 “재심사를 하게 된 것은 1차례 심사만으로 처분을 확정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사실의 확인이 불충분했기 때문”이라며 “최초 심사 때 해당 은행과 직원의 고발여부에 대해 결정한바 없으므로 결정을 뒤집은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행위의 위법성 정도나 행위자들의 직위를 고려할 때 형사책임을 물을 정도로 판단되지는 않았고, 한국 지점차원에서 이뤄져 해외본사에 형사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에서 BNP파리바은행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도이치은행은 법무법인 세종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대한민국 1,2등을 다투는 로펌이 공정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나온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약속한 공정위 개혁이 어떻게 추진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