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먹다 남은 쌀’ 등 반품·교환 처리된 식품을 위해성 점검 없이 매장 파견직 직원 등에게 판매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게 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마트 일부 매장이 폐기해야 할 반품·교환 상품을 일주일에 한 번씩 싼 가격으로 내부 직원에게 판매하고 있다는 정황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이마트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반품·교환된 상품 중 다시 사용이 가능한 것을 골라 저렴한 가격에 직원들에 재판매했다.

문제는 이들 제품 중 내부 규정상 판매가 금지된 먹거리 상품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직원에게 판 상품 중에는 소비자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반쯤 먹다 반품한 쌀, 위해 물질 유출이 의심돼 반품된 찌그러진 캔 식품이 있었다. 유통기한이 짧은 냉장식품도 포함됐다.

이마트 측은 이처럼 교환·반품된 먹거리를 팔면서 직원들에게 왜 해당상품이 교환·반품 대상이 됐는지 이유를 자발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품·교환 상품은 싸게 판매된다는 이유로 교환이나 환불도 해주지 않았다.

반품·교환 상품은 절반 이하 가격에 판매됐고 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파견직들이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는 재판매를 통해서도 팔리지 않아야 그 때 폐기 처리됐다.

이마트 노조 측은 “이마트는 수년 전부터 교환·환불 이유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채 싼 가격만 앞세워 하자품을 팔아왔다”라며 “교환·환불 식품은 폐기돼야 하는데 결국 위해성 점검도 없이 직원들이 사먹도록 유도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의 95% 정도는 '을' 위치에 있는 파견직”이라며 “싼값에 혹해 구매했다가 심각한 문제를 뒤늦게 발견해도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고 그냥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런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마트 측은 반품·교환 상품을 내부적으로 재판매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개봉된 쌀이나 냉장제품 등은 판매 금지 대상이라고 해명했다.

이마트 측은 “교환·환불 상품의 재판매에 대한 명문화된 기준이 존재하며 각 매장은 이 기준에 따라 판매를 하고 있다”며 “내부 규정상 냉장식품, 포장 훼손이 아닌 사용을 목적으로 개봉된 상품은 재판매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일부 매장에서 냉장식품이나 개봉된 쌀 등을 판매했다면 그것은 해당 매장이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재판매 때 해당 상품이 왜 교환·반품된 것인지 사유를 고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교환·환불 이유는 미리 고지하지는 않지만 개별적으로 판매 직원에게 물어보면 설명해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공정위는 이마트 측 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한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부당한 조건을 제시해 거래를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살피고 있다. 또 본사 직원이 해야할 일을 파견 직원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있는지 등 이마트를 상대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