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포용의 리더십’을 내세워온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겉과 다른 태도가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성과급을 둘러싸고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이 일부 임원에게만 연봉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승진인사를 실시하라는 노조의 요구도 수용하지 않아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함영주 행장은 지난해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하나·외환 두 은행의 갈등을 봉합하는 일에 주력해왔다. 직원들을 섬기며 배려하는 리더십을 강조해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노조를 대하는 함 행장의 태도가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연임 확정을 앞둔 함 행장이 두 은행 간의 마찰이 아닌 본인과 노사의 문제로  갈등의 중심에 선 셈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본부장 이상 임원들에게만 연봉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전년보다 43% 늘어난 1조38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뛰어난 실적을 거뒀다. 자기자본비율은 1.96% 향상시켰다. 은행은 대부분의 임원들에게 평균 1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이렇다 할 보상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성과급 미지급에 더해 상반기 이뤄진 정기인사에서도 별다른 승진 인사가 없었다.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는 지난 1월 직후부터 직원들에게 성과급 지급계획을 밝히고 승진인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은행장실 입구 복도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등 함 행장에 면담을 요구했다. 함 행장은 이마저도 거절하다가 지난 6일에서야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성과급 등과 관련해 노사 입장 차이만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행장은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은행장 단독후보로 추천돼 오는 17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노조는 그간 함 행장과의 잦은 마찰을 강조하며 연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면 지난 1월 출범한 노조는 은행 본점 로비에서 취임식을 여는 ‘수모’를 당했다. 은행이 취임식 장소를 따로 제공해지 않은 까닭이다. 노조 전임자 숫자를 두고도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또한 노조를 상대하는 핵심 임원이 비공식 자리에서 ‘노동조합을 자신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되며 갈등이 증폭됐다.

앞서 하나-외환은행 노조가 통합을 전격 결정했을 당시 언론은 함 행장의 ‘통합 리더십’을 앞다퉈 보도한 바 있다. 이후에도 함 행장이 노조와 단 한차례의 마찰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내용 등이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포용’의 얼굴을 한 함 행장의 실상이 공개되며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