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를 둘러싼 잡음이 무성하다.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부터다. 출범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자칫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거센 상황. K뱅크는 결국 비금융주력자의 의결권이 4%를 넘지 못한 상태에서 영업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2015년 11월 K뱅크·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각각 예비인가를 내줬다. 이후 K뱅크는 2016년 12월 본인가를 승인받고 최근 은행연합회에서 정사원 자격을 얻었다. 1992년 평화은행(현 우리은행) 이후 25년 만에 등장하는 신설 은행이다. K뱅크는 실거래 운영점검을 마치고 올해 3월 중 본격적인 고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빠르면 1분기 내에 관련 절차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소유 규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최근 야당에서는 은산분리 완화시 위험성이 심각하다는 내용의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금융위원회의 K뱅크 은행업 인가가 현행 은행법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학영·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관련 '은산분리, 원칙인가? 족쇄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은산분리 완화 반대의 이유로 과거 저축은행사태 사례를 제시했다. 전 교수는 “나라마다 특수성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을 보면 산업자본이 가장 높다”며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면 총수의 지배권 구축에 이용될 수 있고 불법적으로 계열사를 지원할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날 동양증권 사태를 수차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산분리를 완화하면 대기업의 사금고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난 2013년 동양사태에서 동양증권이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진행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던 일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측 토론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없이 기존의 저축은행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역시 동양사태를 예로 들며 “은행이 산업자본의 유동성 위기에 동원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위가 K뱅크를 인가한 것과 관련 ‘은행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 교수는 “KT와 우리은행이 K뱅크의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경우 현행 은행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KT가 의결권 기준 4%를 발휘한 것이 아니라 우리은행 지분 10%까지 의결권을 행사하는 셈이어서 현행 은행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전 교수는 이어 “신주인수 계약서와 주주 간 계약서, 로펌의 진술과 보증서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최대 4%(의결권이 없으면 10%)까지밖에 소유할 수 없다. 지분을 8%만 보유한 KT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나가기 어려운 구조다. 특례법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한도를 34~50%까지 풀어주자는 내용을 담았다. 발의된 법안들은 현재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발이 묶여있다.

여기에 K뱅크는 올해 4000억원대의 여신규모를 고려할 때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준수하기 위해서라도 2~3년 새 2000~3000억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당초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사업을 이끌어가는 주체인 KT와 카카오의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금융권 주주의 지분이 더 커지게 된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두 인터넷은행이 기존 금융권의 인터넷뱅킹 채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ICT 기업이 주도하는 은행이 출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은 “은산분리를 근본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은행에 한해 제한적으로 예외를 시도해보겠다는 뜻”이라며 “그간 금융산업의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이 진입장벽 때문에 과점경쟁이 발생했고 여기에 손놓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메기’역할은 곧 새 경쟁에 대한 압력을 넣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도 “현재 발의된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은행법보다 강력한 규제조항이 있어 사금고화 우려는 지나친 듯하다”며 “은산분리라는 큰 틀의 본질을 잘 지켜나가면서도 트렌드에 맞게 작은 물꼬를 터달라”고 했다.

한편 KT 주도로 만들어진 K뱅크는 우리은행, NH투자증권, GS리테일, 한화생명 등 21곳이 주주로 참여했다. 기존은행과 달리 지점을 두지 않고 모든 업무를 인터넷과 모바일, CD·ATM 등 자동화기기로 처리한다. 24시간 365일 회원가입에서부터 상품가입, 대출신청, 상담 등의 업무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