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롯데장학재단이사장

정운호게이트의 불똥이 롯데家로 튀었다. 검찰이 롯데면세점과 신영자(74)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자택, 장남의 회사 등 5~6곳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정운호(51,구속)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20억원을 받고 면세점에 입점시켜준 혐의다. 둘을 연결시킨 고리는 브로커 한영철(58.구속) 씨이다. 한은 2008년 경 부터 신과 연인관계였다는 주장한다. 한은 연인 관계에 있는 신을 통해 네이처리퍼블릭에 면세점 입점을 도왔고 매달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정-신-한의 커넥션에 대해 분석한다.

롯데가 위기다. '형제의 난'을 겪고 있는 롯데에 오너일가가 개입된 입점비리로 시끄럽다. 호텔롯데의 상장(IPO)와과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 심사를 앞두고 있는 롯데로선 최대 악재를 맞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롯데면세점에 입점(入店)시켜주고 이 회사 대표인 정운호(51·구속)씨 측으로부터 20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수사관 100여명을 동원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의 집, 장남 장재영의 회사와 집 등 6~7군데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회사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협력사 입점 현황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최근 정 대표를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브로커 한영철(58·구속)씨를 통해 신 이사장에게 신규 입점과 좋은 위치의 매장을 얻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대가로 2012년 10월부터 매월 매장 매출액의 3%씩을 건넸다. 2014년 7월 신 이사장 아들 장재영씨가 최대주주인 비엔에프통상과 '컨설팅 계약(점포위치 조정, 제품 진열, 재고 관리 등)'을 맺고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진술을 받았다.

한과 네이처리퍼블릭은 2012년 10월 업무위탁계약서를 체결한다. 한은 신을 통해 2013년 1월 면세점에 입점해 영업하도록 해준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3년 2월부터 2014년 7월 3일까지 한씨에게 매달 수수료 3%를 지급했다. 2014년 8월부터는 컨설팅 계약을 맺은 비엔에프통상에 3%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렇게 건넨 돈이 20억원 가량에 달한다는 것.

<한과 신은 연인관계>

한이 신을 만난 건 2008년 봉사모임을 통해 서다. 두 사람은 신의 집과 서울시내 명소, 지방별장, 해외여행, 골프여행 등을 오가며 친분을 쌓았다.

정이 도박을 한 마카오에 신도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의 주장에 따르면, 2013년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에 입점한 이후 신, 한, 정, 정의 지인 등이 마카오 여행을 함계했다. 한과 정, 정의 지인이 대한항공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마카오로 와서 만났다는 것

익명의 한 제보자는 "한과 신은 나이와 신분 차이를 넘어 연인관계를 유지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도 신이 연하남인 한을 돕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한은 공군 준장으로 퇴임한 이후 방산관련 일을 했다. 벌이가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신이 도운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은 공사25기로 방위사업청에서 장비물자 계약부장 겸 한국형헬기 개발사업부장을 지냈다. 준장으로 전역했다.

<한, 신통해 입점로비>

한씨는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면세점 입점로비에 대해 "신이 항상 내게 도울 일이 없냐고 말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정 사장에게 이야기했더니 현금 30억원과 매달 총 매출의 5%를 주겠다고 했다. 신에게 면세점 입점을 부탁했다. 신의 승낙이 떨어지고 며칠 후 관계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롯데가 원하는 서류를 제공하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고 했다.

이어 "신이 000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한 동안 만나지 못했다. 2014년 여름 느닷없이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일방적인 수수료 중단을 통보 받았다"고 했다.

이는 신이 네이처리퍼블릭에서 매달 받던 수수료를 자신의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비엔에프통상으로 돌렸기 때문.

한은 신이 수수료를 중간에서 가로채자 항의를 했다. 신은 "네가 나한테 해준게 뭐 있나?"며 오히려 화를 냈다. 또 네이처리퍼블릭은 한과 맺은 계약서를 무시한채 재벌회장 편에 섰다는 것.

한은 "도덕적 책임은 찾아볼 수 없다. 좋을 때는 모든 것을 다 해줄 것 처럼 하다가 애정이 식었다고 가지고 있는 것마저 빼앗은 것은 나쁜 행위다"고 비난했다.

현재 한은 군(軍) PX에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을 납품하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된 상태다. 또한 방탄복 납품 관련 방위사업청 관계자에게 청탁해 주는 대가로 S사 등 2개사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아들회사 일감몰아주기>

한이 네이처리퍼블릭으로 받던 수수료를 받는 비엔에프통상은 신의 장남 장재영 씨가 100%지분을 가진 회사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의 공정거래위 국정감사에서 롯데그룹의 일감몰아주기에 동원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건강상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는 장 씨는 매년 수십억원의 배당을 받아 챙겼다. 롯데의 도움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매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배당을 챙겨가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실질 경영은 신이사장이 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입점비리사건으로 신은 퇴진압박을 받고 있다.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부정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위기에 몰렸기 때문.

신은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건설, 부산롯데호텔, 롯데자이언츠, 대홍기획, 롯데리아, 롯데복지재단·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롯데복지장학재단) 등의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신 이사장과 롯데그룹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로 밝혀질 경우 롯데그룹 계열사 임원직 유지는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인 호텔롯데에 '짐'이 되고있다는 점도 신 이사장을 압박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6일부터 홍콩, 싱가포르, 런던 등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Deal Roadshow)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롯데그룹 측은 "수사 중인 사안이고 신 이사장 개인적인 일이어서 얘기하기 조심스럽다"며 "개인 사생활이기 때문에 (한과의 관계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이어 "일단은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아직 사임이나 해임 등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