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밀월관계에 불협화음이 예고된다. 공무원법 개정안 처리가 국회에서 무산되면서 발생한 당·청 불화설이 바로 그것. 지난 2일 김 대표는 공무원 연금 개혁의 여야 합의를 이뤄냈지만 소득대체율 50%인상 문구를 넣은 것을 두고 청와대와 친박이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 김 대표가 하루가 지나 꼬리를 내리면서 싸움은 박 대통령의 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지난 4월 16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만나면서 밀월관계를 가진지 18일만이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간의 갈등에 대한 향후 전략을 알아본다.

김무성대표는 소리만 무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리 없이 강했다.‘성완종리스트’가 터지면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위기에 직면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 김무성 대표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첫 독대였다. 둘의 밀월이 시작됐다. 패색이 짙던 4·29재 보선에서 압승했다.

김 대표의 입지도 높아졌다. 당·청 관계도 순항이었다.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여야 협상이 최종타결 됐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박대통령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인상에 대해“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라며 문제 삼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 대통령이 추진한 핵심 정책이다.

당선이후부터 줄곧 공무원연금 개혁을 외쳐왔다. 이에‘총대를 메겠다’던 김 대표가 앞장서는 모양새를 갖췄다.

하지만 결론은 대통령의 의중과 관련 없이 김 대표 단독 작품으로 마무리 됐다. 여기에 설상가상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국민연금 개혁’을 이루겠다는 여·야 합의까지 도출됐다.

박 대통령이 소득대체율에 문제를 삼은 뒤 친박이 나서 김 대표를 융단 폭격했다. 6일 서청원 최고의원은“지뢰를 밟았다”고 질타했다.

김태호 최고의원도“합의안을 즉각 철회하고 당과 국민에 사과하라”고했다. 친박계 대표-원내대표 선거패배, 성완종 리스트 파문, 4.29재보선 압승 등으로 김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가 굳어지면서 숨 죽여 온 친박계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계기로 김무성 지도부에 대대적 반격에 나선 양상이다.

이는 청와대가“월권”이라며 김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청와대 의중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결국 공무원연금개혁안은 실패했다. 6월 4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소득세율 조정을 두고 여야 지도부의 합의안이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를 거치며 거부됐다.

이는 김 대표가 자신의 월권행위를 인정했고 새누리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잘 나가던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었다.

정가 일각에서는“김무성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실망스럽다. 자기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했다.

야당의 정청래 최고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김 대표가 계속 청와대에 밀린다. 김 대표가 카리스마 있는 리더라고 생각 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청와대와 김 대표의 관계가 다시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당장은 현재 권력에 대항하지 않고 몸을 수그리는 모양새다.

김무성 대표는 친박의 반격에 대해“한 쪽이 100% 만족하는 안은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최선이 어려우면 차선, 차선이 어려우면 차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협상”이라면서“무엇보다도 어려운 과제를 국회와 정부, 공무원단체,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해서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낸 것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고했다.

그는“많은 국민과 언론이 당초 개혁안보다후퇴한안이라면서재 정절감 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는것에 대해서 잘알고있다. 이런비판에대해서책임있는 집권여당으로서 끝까지 잘 보완해 나가도록하겠다”고정면충돌을피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국민연금제도의 변경은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이 점에 대해서는 여야의 생각이 다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여야 모두 국민에 대한 월권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이고, 이 점을 유념해서 사회적 논의에 임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곤혹스럽다.

청와대와 친박 진영, 그리고 언론 등의 강한 비판에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야당과 공식합의한 소득대체율 50% 합의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흐지부지 없던 일로 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에서 김대표는 박 대통령에 완패한 셈이다. 친박들도 공무원연금개혁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하는 것도 김 대표의 힘을 죽이려는 고도의 속셈이다.

그래야만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처럼 김 대표에게 끌려갔다간 친박의 공천학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을 통해 공천칼날을 휘두르며 자신의 세력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힘이 커질 경우 박대통령의 임기말은 암담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김 대표의‘월권행위’를 용납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 나가‘여당 길들이기’의 묘책일 수 있다.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 온 박대통령과김대표.‘ 냉정과열정사이’를 오가는 두 사람의 정치행보가 세간에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