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 20대 청년이 자신의 집에 침입한 50대 도둑을 빨래 건조대 등을 이용해 때려 제압했다. 그 도둑이 식물인간이 됐다. 이 집주인 청년이 상해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일부는 “집에 도둑이 들어 때렸다. 정당방위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편에선 “도둑질 폭행을 멈추게 할 정도만 해야지 포복폭행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당방위 논란이 인터넷상에서 뜨겁다. 청년은 무죄일까, 유죄일까. 사건의 전말을 알아본다.

정당방위 논란의 발단은 지난 3월 8일 새벽 3시경 강원도 원주시에서 발생했다. 이날 원주시 남원로에 위치한 한 양옥 건물 2층에 숨어든다. 도둑 김모(55)씨이다. 김씨가 거실 서랍장을 뒤지며 절취품을 물색하던 순간, 현관문이 열린다. 최모(21)씨가 들어선다.

군입대하는 친구의 환송연에 참석해 술에 취한 최씨는 불이 켜진 방을 보고 "엄마!"하고 부른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김 씨가 도망치다가 최씨와 마주친다. 최씨는 도둑을 발견하고 "당신 누구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도망가려던 김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쳐 쓰러뜨렸다. 그가 넘어진 채로 계속 도망치려고 하자 최씨는 뒤통수를 발로 걷어차고 주변에 있던 알루미늄 빨래건조대로 김씨의 등을 가격했다. 벨트를 풀어 때리기도 했다. 김씨는 이날 일로 정신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현재까지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최씨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법원인 춘천지법 원주지원(박병민 판사)은 지난 8월 13일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받아들여 최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은 정당방위 한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김씨가 절도범이라고 해도 ▲ 무방비 상태였고 ▲ 지금껏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데다 ▲ 앞으로 가망이 없을 정도로 폭행정도가 과했던 만큼 최씨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최씨는 법정에서 "형법에 규정된 정당방위를 했다"면서 "정도가 초과된 정당방위 과정, 즉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형법은 방위 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과잉방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정당방위의 범위를 벗어났지만, 방위의 이유는 인정될 때 적용되는 법 조항이다.

최씨의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김씨의 가족사도 처벌수위에 영향을 줬다. 그의 보호자 역할을 하던 형은 김씨의 병원비가 2000만 원을 넘기자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때문에 김씨의 조카는 재판부에 최씨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법원은 김씨가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점 등을 유리한 요소로 판단, 1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법원 관계자는 "도둑이 들어와서 협박을 한다면 당연히 격투를 해서 제압해야 하지만 그가 '잘못했다, 살려 달라'고 하는데도 과하게 폭행한 부분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다. 최씨 처지에선 위기의 상황에서 절도범인 김씨가 흉기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저항 의사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헌데 법원은 이 부분보다 이미 저항 능력을 상실한 남성의 머리를 발로 여러 차례 찼다는 점을 보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은 김 씨의 절도죄에 대한 판결이 아니고 폭행사건만을 따진 판결이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형법 21조를 보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해서 현재 부당한 침해를 방해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위험이 있는 때 반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이는 예를 들어서 자신이 바로 도둑이라든지 강도가 바로 때리거나 아니면 목숨에 위협을 얻는 경우에만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이미 절도행위는 끝났고 도망가려는 찰나에 피고인이 가격을 했고 그 가격이 심해서 식물인간까지 됐기 때문에 정당방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씨는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춘천지방법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최성길)는 11월 12일 두 번째 공판을 진행한다.

최씨 측은 행동이 다소 과할 순 있어도 정당방위였다며 판결에 불복했다.

최씨의 누나는 "동생은 엄마와 누나 밖에 없는 2층에 도둑이 나오는 걸 보고 나쁜 생각을 가졌다. 도둑에 의해 엄마나 누나가 성폭을 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가족이 나쁜일을 당했다고 생각한 나머지 과한 폭행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분명한 과잉방어"라고 주장했다.

최씨의 항소심 사건 변호인을 맡은 정별님 변호사는 "알루미늄 재질의 빨래 건조대를 위험한 물건이라고 볼 수 없다"며 "야간에 도둑을 보고 놀란 상태에서 이뤄진 행위인 만큼 적어도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당방위 갑론을박

최씨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정당방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일각에선 "법원이 정당방위 인정에 보수적 판결"이라며 "과잉방위여도 실형은 지나치다"고 비판한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관계를 봐야 하지만, 설령 최씨가 과잉방위했다해도 실형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엄밀히 따져볼 때 김씨의 가족사는 사건 자체와는 별개라는 것.

최씨가 범죄 피해에 놓일 뻔한 상황이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내 법원은 정당방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엄격하다. 외국은 강도에 저항하던 사람이 그를 죽이더라도 정당방위라 할 만큼 강력히 인정한다. 하지만 한국은 '꼭 죽여야 했냐'며 과잉으로 본다는 것.

이는 곧 강도가 나쁜 짓을 해도 그대로 보거나 해를 가할 때만 반격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처럼 흉폭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정당방위에 기준이 엄격하다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들만 더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표창원(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일단 검찰과 법원의 기소와 판결은 집주인이 행한 행동이 정당방위 범위를 넘어선다. 과잉방위에 해당된다. 그래서 처벌해야 하기 때문에 상해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씨가 자기 방위를 위한 공격만이 아니라 이미 완전히 제압당한 상황에서도 공격한 행동들이 많이 나왔다. 이는 과잉방어라는 것이다.

표 원장은 "법원이 1년 6개월의 판결을 내렸다. 이 부분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다. 형법 제21조에 명확한 구분이 되어 있다. 정당방위란 것은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 혹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행하는 방어행위다. 그 방어행위가 그 필요한 경우를 지나쳐서 행해질 경우에는 과잉방위라고 21조 2항에서 규정을 하고 있다. 다만 과잉방위라고 하더라도 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했다.

누리꾼 정당방위 판결

사건은 인터넷으로 옮겨왔다. 누리꾼들은 판결을 선고한 판사나 절도범을 비난하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당방위일 수 있는데 너무 가혹하게 처벌했다는 것이다.

네티즌 A씨는 “내 집에 침입한 도둑을, 이미 그 자체로 절도죄를 저지른 그가, 나에게 어떤 피해를 끼칠지 모르는데, 그럼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이냐”고 향변했다.

네티즌 B씨는 “판사 너희 집에 도둑놈이 들어왔다면 넌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냐”라는 반응도 있다.

네티즌 C씨는 가해자나 범죄 혐의자에 대한 총기사고가 빈번한 미국 사례를 예로 들며 “한국은 도둑 강도를 모셔야 하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비꼰 반응도 나타났다.

1심 선고 뒤 최씨는 항소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2심 재판부는 어떤 판결을 내릴까에 세인들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여러분이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