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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리경영이 기업생존 전략이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기업의 목표는 제품이나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윤을 내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혁신, 고용방식, 품질관리 등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윤리경영이다. 세계적인 메이저 석유회사인 미국의 셰브런은 2011년 2월 에코도로 병원으로부터 86억달러(약 9조6,000억원)을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아마존 우림지역에서 26년간 석유채굴을 하면서 유독성 폐기물을 무단 방출해 지역주민들이 암 등 각종 시달리게 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배상금은 항소심을 거치면서 190억달러(약 21조2,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셰브런은 판결에 반발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에 제소하고 버티고 있다. 하지만 환경소송 사상 최대 규모의 배상금 판결을 받은 불명예에 여전 시달리고 있다. 기업윤리와 준법경영을 소홀히 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
"기업의 경쟁력은 사회의 사랑으로부터 나온다. 국민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월 2일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서 밝혔던 어록이다. 기업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약속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약속은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사회 일각에서 쏟아졌다. 사회적 책임은 뒷전인채, 사회양극화를 만들어내고, 약속은 메아리없는 외침이 됐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삼성전자 근무한 직원의 백혈병 직업병 문제가 이 회장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 회장이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22일, 국회의원들이 '삼성의 사회적책임'을 따지기 위해 삼성본사와 이건희 회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을 항의 방문했다. 하지만 이회장이나 고위임원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
이들은 국회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피해대책특별위원회(유류특위)'산하 '삼성중공업 지역발전 출연금 협의를 위한 협의체'소속 새누리당 김태흠(보령․서천), 성완종(서산․태안), 민주당 박수현(공주) 의원 등이다.
이들은 서해안에서 발생한 유류유출사고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등의 관련 서한을 전달하려 했다.
골리앗 삼성 앞에 초라한 국회의원
국민의 대표 신분인 특위의원들은 삼성 앞에서 너무나 무력했다.
대표자 조차 만나지 못한 특위의원들은 이건희 회장을 면담하기 위해 이 회장이 입원한 서울 삼성병원까지 찾아갔다.
이것 역시 불발됐다.
1주일 전쯤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해 병원에 입원한 이 회장과의 면담을 병원 측에서 차단했기 때문이다.
특위의원들은 이건희 회장과 대표자를 만나지 못했다. 삼성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대신 박태영 삼성중공업 사장 등 관계자들을 만났다.
특위의원들은 “삼성 측은 유류 피해의 보상 책임을 삼성중공업에 한정함으로써 그룹 차원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벌써 5년 전의 일을 삼성이 아직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민의 믿음을 배신하는 것이다. 삼성은 사회적·도덕적인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질타했다.
이날 특위의원들은 화가 났다.
삼성본사에서 고위관계자와의 면담이 안된데 이어 이 회장이 입원한 병원까지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지만 무산됐기 때문.
특위의원들은 삼성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 특위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의 증인 출석 요구 등으로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국회 증인 출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전자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룹의 지배권과는 별개라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 회장의 국회증인 출석은 매우 복잡하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룹도 삼성중공업과 차별화에 나섰다. 사고발생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이 태안유루피해를 해결해야 할 주체이며, 그룹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당시 여론의 관심은 이 회장의 병원입원에 쏠렸다. 특위의원들의 삼성방문은 일종의 헤프닝이나 집회 정도로 비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위의원들에 관심이 모아 졌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인데 삼성이 어떤 반응이 나올것인가에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였다.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은 삼성의 벽을 실감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A씨는 "국회의원들이 병원에 입원한 이 회장을 방문한 것은 쇼처럼 느껴진다.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이 회장이 병원에 입원 중인 사실을 알고도 삼성본사를 찾아간 것 부터 속보이는 행동이었다. 진정성이 없다. 국회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이다.재벌에 관한 정책입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삼성의 파워는 폭 넓은 인적네트워크
삼성은 폭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지난 2005년 참여연대는 '견제받는 않는 삼성을 말한다'는 삼성보고서를 통해 재계는 물론 법조계, 정관계 등 폭넓은 인적네트워를 해부한 바 있다.
삼성의 힘은 인적네트워크에 있다. 이들을 통해 경기규칙에 순응하는 선수의 차원을 넘어 경기규칙 자체를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왜곡하는, 즉 환경을 지배하는 권력자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제영역을 넘어서 사회의 모든 영역에 커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삼성은 폭넓은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 청와대나 고위직들에 대해선 맨투맨식 관리를 하고 있다. 관리대상의 직급에 따라 삼성측에 대외협력관들의 직급도 달라진다. 장차관급은 이사급, 그 아래는 부장급이 일대일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차관급 보수 기준에 장관급 대우를 받고 있다. 이들의 레벨을 삼성 기준으로 볼 땐 이사급이라는 것.
A씨는 "국회는 권력으로 커진 재벌권력을 견재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을 통해 기업이 사회적책임과 윤리경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흥망성세는 소비자, 즉 국민의 의중에 달려있다. 정치가 국민 경제살리기를 제대로 못하고 있어, 국민들이 마지못해 재벌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위의원들의 일회성 시위가 끝난 다음날 아무일이 없다는 듯이 퇴원했다.
23일 예상보다 하루 일찍 퇴원해 한남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이 회장은 다음 달 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 참석을 위해 이달 말 께 출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8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과의 10대그룹 총수 간의 오찬회동에 참석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회장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그간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이회장의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고, 청와대 오찬에 대한 중요성을 고려해 최종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영 성과는 노동자의 피땀으로 이룩
87년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신경영 선언을 했다. 이건희 회장 시대의 삼성은 눈부신 성장을 했다. 체질도 개선됐다. 세계 최대 기업이 됐다. 하지만 노동자의 인권만큼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2일, '삼성 신경영 20년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서울 서초구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 이건희 신경영 20년, 파국으로 가는 설국열차’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모임엔 금속노조, 나눔문화, 노동자연대 다함께, 민주노총,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준), 인권단체연석회의, 참여연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신경영이 지난 20년 이 사회를 흉망스럽게 바꿔놓았다. 우리 사회뿐 아니라 국민과 노동자들의 꿈을 박살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은 노동자들의 꿈과 삶을 팔아 성장했다”고 했다.
이어 “무노조 경영과 환경파괴, 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을 바쳐 삼성이 초일류기업이 됐다”면서 “이 나라 곳곳이 삼성의 비리와 부정부패로 얼룩지지 않은 곳이 없다. 국민들을 우습게 알면 하룻밤 사이에 홀연히 망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윤리경영을 무시한 기업이 문을 닫았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엔론사이다.
엔론사는 하버드, MIT등 MBA출신이 많은 글로벌 기업이다. 85년 설립이후 2001년까지 16년 동안 1,700%의 기록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포춘지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연속으로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선정했다.
이 회사가 2001년 갑자기 파산했다. 회계부정 때문이었다. 이것이 발각되면서 파산했다. 준법경영에 소홀하다 경영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이젠 기업들이 저지르는 순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패러다임이다.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제 2의 엔론이 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이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윤리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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