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문화재 그을음 현상 심각할듯
문화재 관리 소홀로 인한 파손도 예상

건설업계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GS그룹(허창수 회장)의 계열사인 GS건설이 시공하는 공사 현장에서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0분께 서울 종로구 소격동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공사현장 지하 3층에서 불이 나 119 소방대원 등이 출동, 1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현장 근무자 이모씨(54) 등 16명이 연기를 마시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4명은 사망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70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곳은 서울관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내년 1월 30일 개관을 앞두고 공사비 753억원을 들여 국군기무사령부 터와 국군 서울병원 터 2만7303㎡의 부지에 연면적 5만2627㎡ 지하 3~지상 3층의 규모의 공사를 진행중이었다.

서울관은 ‘삶과 예술이 소통하는 도심 속 미술관’을 모티브로 한국전통 마당 개념을 도입해 미술관 마당, 종친 부마당, 경복궁 마당, 도서관 마당 등 4개의 마당을 중심으로 시설을 배치했다. 또한 전시실, 수장고, 다목적 호르 영화관, 디지털 아카이브등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공사현장에서 내장재로 뿌리는 인화성 스프레이 수십 통이 발견된 점에 비춰 용접기 등을 사용하면서 인화물질로 불길이 옮겨 붙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화재로 인해 현장 내부가 어느 정도 손상됐지만 이로 인해 공사기간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불 번졌다면 최악 사태

불행 중 다행은 화재가 빨리 진화되면서 인근 건물로 불이 번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경복궁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장소다. 불길이 경복궁쪽으로 번졌다면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진화 노력으로 다행히 경복궁쪽으로 불길이 붙지 않고 진화됐다. 경복궁은 63년 사적 117호로 지정된 총 390여 칸의 전각으로 구성된 조선시대의 궁궐이다.

소방당국에 의해 화재가 완전히 진화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GS건설 경영진이 가슴을 쓸어내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경복궁까지 불이 번졌다면 GS건설로는 겉 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 불길이 경복궁까지 번지지 않고 진화되면서 GS건설은 최악의 상황만은 피했다.

하지만 검은 연기가 일대에 뒤덮였다. 사고당시 현장에서 발생한 시커먼 연기가 경복궁 주변을 뒤덮자 경내를 관람하던 관광객들이 일제히 대피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이는 경복궁 안까지 검은 연기가 들어갔음을 말해주고 있다. 연기의 그을음이 경복궁 내 문화재에도 피해를 줬을 가능성이 높다. 그을음을 제거하기엔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 인근에서 공사를 하면서 최대한의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쏟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