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계열사 롯데쇼핑 이어 롯데삼강 주주 등극

그룹 내 역할 커지면서 신영자 사장과 대립구도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 회장의 막내 딸 신유미(29) 호텔롯데 고문이 은둔을 끝내고 경영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983년 출생 이후 20년 가까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신 고문이 지난해부터 공식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신 총괄회장과 미스롯데 출신 배우인 서미경 씨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이다.

신 고문은 지난해 2월부터 도쿄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으며, 비지니스 호텔인 롯데시티호텔 경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녀의 전면 등장은 향후 롯데가(家) 후계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따를 것임을 예고한다.

롯데는 한일 양국으로 나뉘어 일본롯데는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이 , 한국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맡고 있는 경영구도였다.

재계는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차녀 신 고문이 롯데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늘려가며 독립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룹 지배구조 변경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예상대로 지난 12일 롯데삼강과 계열사 롯데후레쉬델리카의 합병을 내용으로 하는 공시가 나왔다.

이날 양 사의 합병 공시는 바로 신 고문의 부상을 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 고문이 롯데후레쉬델리카 지분 9.3%(35만주)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롯데삼강의 지분구조는 롯데제과(9.79%)가 최대주주이며, 롯데칠성음료(9.79%), 호텔롯데(8.60%), 부산롯데호텔(4.76%), 롯데장학재단(3.75%), 롯데미도파(1.93%), 신동빈(1.93%), 신동주(1.93%), 신영자(0.79%)순이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호텔롯데(27.13%)과 호남석유화학(27.13%)이 최대주주이며, 롯데제과(9.04%), 롯데칠성음료(9.04%), 롯데삼감(9.04%), 신영자(9.31%), 신유미(9.31%)등 특수관계인이 100%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비율은 롯데삼강 1주에 롯데후레쉬델리카 0.0130929주이다. 이에 따라 두 계열사가 합병을 완료되면 신 고문은 롯데삼강의 신주 4582주(지분 0.4%)를 받게 된다.

이로써 신 고문은 롯데쇼핑(2만8903주, 0.1%)에 이어 롯데그룹의 알짜 계열사 주주명부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현재 신 고문이 차지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향후 상장 계열사 지분을 인수를 통해 세를 확장할 경우 후계 구도에 변화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고문은 상장사인 롯데쇼핑(0.1%), 롯데후레쉬델리카(9.31%)를 비롯해 비상장 계열사인 유원실업(42.18%), 유기개발(100%), 코리아세븐(1.2%)등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신 고문의 모친인 서 씨도 상장사인 롯데쇼핑 지분 0.11%(3만531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 고문과 모친 서 씨는 롯데시네마에 매점 운영권을 가진 ‘유원실업’의 지분을 각각 57.82%와 42.18% 나눠 가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내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기개발의 지분도 100% 신 고문이 가지고 있다.

2010년 10월 유기개발을 운영하는 외삼촌 서진석 씨와 함께 유한회사 ‘유니플렉스’를 설립하고 대학로 동숭동에 대형 공연장을 신축하는 등 공연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 고문의 캐시카우는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이다. 두 회사는 롯데쇼핑, 롯데시네마 등 롯데계열사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롯데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두 회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재계는 신 고문에 신 총괄회장과 모친 서 씨가 뒤에서 든든한 후원과 지원을 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지분배분을 놓고 고민하면서 총애하는 막내 딸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그룹 내에서 신 고문의 역할과 입지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맏언니인 신 사장과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의 사업영역 등이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롯데시네마의 운영권은 신 사장의 시네마통상과 신 고문의 유원실업이 나눠 가지고 있다. 유원실업은 서울, 경기지역을, 시네마 통상은 그 외 지역을 맡고 있다. 또한 두 사람이 가진 롯데쇼핑, 롯데후레쉬델리카, 코리아세븐 등에서도 지분이 겹친다.

이런 이유에서 신 고문의 행보가 커질 수록 신 사장과의 경쟁구도가 생겨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신 총괄회장이 자녀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는 작업은 그룹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일과 동시에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남과 차남에 대한 배분은 대부분 정리됐다. 남은 것은 두 딸이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그룹 지배구조가 만들어 질 것인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