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자금’의혹을 감춘 판도라상자가 열릴까.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2007년 대선자금 수사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에선 ‘대선자금 수사 확대설’이 대두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받은 3억원을 대선에 사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금품수수 정치인이 부실저축은행에서 받은 돈과 대선자금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수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그 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선자금으로 쓰여졌다면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임 회장과 김찬경(56·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5억여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검찰은 이 중 2007년 대선을 앞둔 7월~12월 사이에 이 전 의원이 임 회장에게서 받은 3억여원을 대선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임 회장으로부터 3억여원을 전달받았다. 이를 다시 권오을(55)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유세단장을 맡았다. 때문에 선거활동과 관련된 활동비 등으로 돈을 지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 돈이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 갔다면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검찰이 대선 자금이라는 심증을 갖고 용처 수사를 벌인다고 하더라도 대선자금 전체로 수사가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대선 5개월을 앞두고 뚜렷한 물증 없이 심증만 갖고 수사를 하기엔 검찰의 부담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대선자금 수사에 걸림돌은 공소시효다. 17대 대선자금을 캐려면 공소시효 기간인 2007년 7월부터 12월까지 선거비용 명목으로 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12월 이후에는 대선이 끝나 대선자금으로 규정하기 쉽지 않다.

민주통합당은 현재 검찰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를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 전 의원이 자금관리의 최종 책임자라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확인할 수 없는 뭉칫돈이 이 전 의원의 계좌에서 나왔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이 전 의원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릴 예정이며 이 전 의원 측은 심사 일정을 연기하지 않고 예정대로 참석할 뜻을 밝힌 상태다.

합수단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를)충분히 준비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을 구속해서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자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MB정부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