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대우인터·대한통운 이어 하이마트 고배
보수적 M&A정책 고수…웅진코웨이 본입찰 참여

‘포스트 신격호’시대를 이끌어 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형 M&A에 실패하면서 경영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하이마트(071840)의 새 주인으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롯데의 하이마트 M&A가 실패로 끝났다.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일하게 본 입찰에 참여해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롯데쇼핑은 강력한 인수 의지에도 가격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경쟁사인 신세계 이마트가 지난달 24일 전자랜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실사작업을 마무리 하는 등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롯데가 대형 M&A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에선 롯데는 가격을 이유로 본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롯데는 “2조원이 넘으면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라이츠로버츠(KKR)는 오비맥주를 2조원도 안 되는 금액에 가져갔다.

뿐만 아니라 이듬해 대우인터내셔널(047050)을 놓고 포스코(005490)와 인수경쟁을 벌이다 실패했다. 포스코보다 2000억원 적은 3조2000억원을 써낸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물류사업에 취약한 롯데는 대한통운(000120)인수전에도 뛰어들었으나 입찰을 포기했다. 대한통운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롯데는 보수적 인수합병(M&A)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가격이 맞지 않으면 M&A를 안한다”는 것이다.
최명철 재계3.0소장은 “M&A는 가격도 문제지만 기업의 성장성을 봐야 한다. 기업의 성장성이 높다면 가격은 문제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이 보수적 판단을 통해 기업의 성장성을 놓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비맥주다. 롯데가 2조원에 사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격이 높아 포기했다. KKR이 2조원도 안 되는 가격에 인수했다. 지금은 맥주시장 1위 기업이 됐다. 롯데로선 뼈아픈 결과”라고 지적했다.

롯데는 여전히 M&A를 진행 중이다. 신 회장이 M&A 광폭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오는 2018년까지 그룹 매출을 20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평균 16% 이상 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2010년 이후만 해도 롯데는 바이더웨이(2740억원), GS스퀘어 및 GS마트(1조3400억원), CS유통(2450억원), 그랜드백화점(1540억원) 등 크고 작은 M&A를 성사시켰다.

해외에선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 타이탄(1조5000억원)을 인수하며 영토확장을 가속화했다. 이런 식으로 롯데가 국내외 기업인수에 쏟아 부은 금액만 최근 5년간 6조원이 넘는다.

더불어 오는 29일 예정된 웅진코웨이 본 입찰에 참여한다. 현재 웅진코웨이 가격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M&A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신 회장의 M&A 광폭행보로 인해 그룹 재정 건전성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롯데쇼핑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72.9%·11.7%로 양호하다. 그러나 웅진코웨이 인수에 모두 나설 경우 차입금 규모가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