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교통사고, SK건설 불법 벌채, 장인 비자금까지

8~90년대 외화 밀반출, 미국 주택매입 자금 출처 논란

최태원 SK 회장이 횡령 혐의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을 앞두고 곤혹스러운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횡령 혐의로 수감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동생 최재원 SK부회장이 자전거 사고로 입건되는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장인어른인 노 전 대통령까지 재임 당시 비자금 문제와 관련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황. 게다가 SK그룹의 계열사인 SK건설은 불법벌채로 인해 공사가 중단위기에 내몰리면서 마치 재를 뿌리는 양상이다.

목발맨 최부회장, 교통사고

올해 1월, 최 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후 개인 투자자금 등 사적인 용도에 사용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최 회장은 SK텔레콤, SKC&C 등 계열사 18곳이 베넥스인베트스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50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만들어 선물에 투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고위 임원들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보너스(IB, 성과급)를 과다 지급한 뒤 빼돌려 200억원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최 회장과 동생인 최 부회장이 나란히 법정에 섰다. 동생은 구속됐고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과 함께 횡령혐의를 받고 있던 동생 최 부회장이 지난 7일 자전거 사고로 입건됐다. 횡령혐의로 구속된 후 보석으로 풀려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낸 것.

일각에서는 법정에 목발까지 짚고 참석해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다고 밝혔던 최 부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난지 불과 일주일 만에 자전거를 탄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보석으로 풀려나기 위해 관절염 핑계를 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 부회장이 탔던 자전거는 1400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제품으로 알려졌다.

노태우 비자금 폭탄 우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도 한 몫 보탰다. 최근 노 전대통령은 대통령 재임시절에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회장에게 맡긴 비자금 420억원을 찾아달라고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

이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230억원의 비자금이 신 전 회장에게 맡겨졌던 사실을 확인했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차명 보관하던 424억원이 추가로 확인된 셈. 일부에선 노 전 대통령의 숨겨둔 비자금이 신 전 회장뿐인지 아니면 다른 이가 또 있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 회장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0년 최 회장 부부는 19만2576달러를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소지한 혐의로 미국 FBI에 적발된 적이 있다.

당시 2월 1일부터 6일까지 최 회장 부부는 미국 11개 은행에 달러를 분산 예치하다가 은행 앞에 잠복중이던 FBI요원에게 적발됐다. 당시 최 회장의 차 트렁크에서는 스위스은행의 띠지(돈을 묶은 종이)가 다량 발견됐다.

재미블로거 안치용씨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따르면, 1993년 최 회장 부부는 재판에서 19만여달러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유죄를 시인했다. 그해 5월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 1년의 유죄를 선고 받았다.

당시 이 돈이 국내에서 미국으로 밀반출되거나, 스위스은행에서 현금으로 인출된 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최 회장은 1994년과 1995년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를 통해 결혼축하금이라고 주장, 결국 무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1988년 9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최 회장과 노 관장에 결혼식에서는 축하금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19만 달러 뿐만이 아니었다. 이들 부부는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 된 1989년 5월 8일 샌프란시스코지역(534 HANBURY lN, FOSTER CITY CA 94404)에 있는 주택을 매입했다. 매매계약서의 양도세(566.5달러)납부 기록을 통해 매매가를 추산하면 51만5000달러. 현재 시가로는 150만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이 집은 구입한 지 4년만인 1993년 6월에 매도했다.

최 회장 부부는 89년과 90년 사이에 정체 불명의 자금 70만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SK건설도 말썽

최 회장이 이미지 쇄신에 승부수를 띄운 것은 사회적 기업이다. 그러나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계열사에서 발생했다. SK건설이 그 주인공.

SK건설이 최근 진행 중인 ‘국지도 57호선 오포~포곡구간’ 도로공사에서 현행법과 보고체계, 감리 등을 무시하는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4월 중순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문형리 일대 사유지에 무단으로 침입, 불법 벌채를 강행해 물의를 빚었다는 것.

이 같은 불법행위를 덮기 위해 공사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감리업체와 발주처(경기도시건설본부)를 비롯해 SK건설 본사까지 보고를 누락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K건설 측은 상황을 파악하고 임야소유주와 보상을 위한 추가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회장 일가의 횡령 혐의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이 9월 중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은 이미지 쇄신에 적극 나서고 있는 최 회장을 곤혹스럽게 할 뿐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최 회장에게 남겨진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