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030200)회장의 경영리더십이 위기이다.
기업에 인권경영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유엔은 2000년 글로벌콤팩트(UNGC)와 책임투자원칙(PRI)등을 만들어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분야에서 기업이 지켜야 할 10대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유엔 글로벌콤팩트에 가입된 KT가 21일 고용노동부에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서 인권경영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인권경영 뒷전, 살생부 경영‘논란’
21일, 고용노동부는 KT에 대해 특별근로감독(특감기간 1.30.~2.28.)을 벌여 이석채 KT회장을 비롯해 전국 KT지사 32곳에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KT에 대해 4억 원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KT는 노동자 6509명의 연장노동·휴일수당과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 33억1000만원을 지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 또 산업안전상 위험을 예방해야 하는 조처를 취하지 않았으며 노동자들의 특수건강진단도 실시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도 위반했다.
고용부의 특감은 부실했다.
이번 특별근로감독의 발단이 됐던 이른바‘살생부’인 ‘인력 퇴출 프로그램’에 대해선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해자 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T는 본사 차원에서 2005년께 업무 부진인력 1002명의 명단을 만든 사실은 인정했다.
문건에는 해당자의 개인 정보와 함께 KT노조에서 진보 성향인 ‘민주동지회’ 소속 여부 등에 대해 분류,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도 KT의 퇴출 프로그램의 실체에 대해 인정한 바 있다.
피해자 박미영(가명)씨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청주지방법원은 2011년 6월 “충주지사와 전북, 서울, 경북지사 등에서 명예퇴직을 거부하거나 노조 활동을 한 직원들에 대한 퇴출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KT가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계획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해 실행한 것은 아니라도 각 지역본부와 지사 등에서 본사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프로그램이 시행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날선 檢, KT를 어떻게 요리할까?.
이제 KT의 살생부에 대한 공이 검찰로 넘어왔다. 요즘 검찰의 칼날이 시퍼렇다.
'인력 퇴출 프로그램‘에 대해 존재 여부가 확인하지 못했다는 고용부에 판단에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명단에 있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강제 퇴출이 이루어진 사실이 검찰수사로 밝혀진다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 행위 가능성이 높아져 KT측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KT는 불안하다. KT는 민영화됐지만 외풍이 심하다. 정부가 민영화 전부터 통제해 왔기 때문에 여전히 입김이 세다. 정권말기의 레임덕 현상을 KT에 밀려오고 있다.
지난 3월 16일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에 어렵사리 성공한 이 회장에 거취도 불안하다. 임기 3년이 보장됐다. 하지만 내·외부 인식은 다르다. ‘회장 자리는 새 정부 몫‘이라는 팽배하다. 이런 인식에서 이 회장에 대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권·공공기관에서도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려 현 정권 인사들이 사라지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MB정권의 낙하산 집합소라는 오명을 썼던 KT도 어수선하기 마찬가지이다.
정권초기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을 역임한 이석채 회장이 부임한 이후 청와대비서관·대통령인수위 출신과 총선낙선자 등 10여명이 낙하산 인사로 부임했다. 이들의 자리가 차기정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 궤에 들어가는 것만큼 작다. 또 다른 낙하산이 투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MB낙하산 떠날 채비 ‘어수선’
이런 현상은 KT계열사인 A사에 사장 인선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지난해 말 A사 신규 사장 인사를 앞두고 내부 공개모집을 했다. 선뜻 나서는 지원자가 없어 난항을 겪기도 했다. 두 달 여 만에 간신히 사장을 뽑았다. 이 사장에 대해 내부에선 “등 떠밀려 받은 자리”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또 다른 계열사인 B사도 2년여 간 진행해 왔던 관광업 진출을 무기한 연기했다. 그리고 웅진코웨이 M&A 포기와 추진하던 사업들도 검토로 선회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KT가 위기이다.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진 LTE사업, 스마트TV 접속 문제를 둘러싼 협력업체들과의 마찰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같은 보수적 경영 태도는 “현재 회장 체제하에서 사업을 추진하다 차기 회장 때에 질책을 당하기보다는 후일을 도모하는 편이 옳다”는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KT노조도 ‘낙하산 인사’문제를 지적하며 이석채 회장의 연임을 반대에 입장이다. 이처럼 불안한 이회장의 거취 문제가 내부 결속력을 떨어트리고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요금 인하 인색...경영진 잇속 챙겨
KT는 바람 잘 날 없다.
한국판‘워터게이트’사건인 국무총리실 산하‘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이영호 청와대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사용한 대표폰을 서유열 KT사장이 개설해 줬다. 이는 KT경영진이 스스로가 전기통신법을 위반하고 범죄에 사용될 대포폰을 제공한 것이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극치라는 지적이다. 서 사장은 영포라인으로 알려진 인사이다. 앞서 이 회장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집을 그대로 두고 KT가 마련해 준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사택에 거주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통신요금 인하를 외면한 채 경영진 잇속만 챙긴다는 비난도 한 몸에 받고 있다.
경영진 보수는 2006년 211억5000만원에서 2010년 기준 405억3800만원으로 상승했다. 임원 보수한도도 2006년 35억원에서 2010년 65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직원의 평균임금은 5188만원에서 5867만원으로 5년간 총 13.1%의 상승에 그쳤다.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이 회장이 취임하자 친정부 인사들이 KT에 줄줄이 입성했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이 KT를 장악했다”면서 “통신요금 인하 요구에 ‘시설투자 등으로 여력이 없다’던 경영진과 임원들은 자신들에 보수한도를 올렸다. KT경영진은 사회적 책임과 동반성장 등엔 관심 없고 오로지 자신들에 배만 불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KT 해묵은 숙제..낙하산 청산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KT가 해결할 해묵은 숙제가 있다.
낙하산 인사가 사라지고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 과거 공기업 시절의 ‘철밥통’마인드를 깨야하며 철저한 기업 마인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정착하기 위해선 정부의 입금과 외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지난 3월 이후 ‘제2기 이석채 제제’를 시작한 이 회장의 몫이다. KT의 완전한 민영화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실추된 이 회장에 경영리더십을 되살릴 수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