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입찰 담합이 도를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발주 전력선 구매입찰 시장에서 11년동안 가격담합을 합의한 35개 전선업체에 대해 38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전선조합 등 4개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27일 밝혔다.
LS 등 34개 전선제조사 및 전선조합은 1998년 8월부터 2008년 9월까지 한전에서 발주하는 지하전력선 등 11개 품목의 전력선 구매입찰에서 사전에 참여사들 간에 물량을 배분하고 수주예정자를 선정하여 높은 가격으로 낙찰(평균 99.4%)받은 후 미리 정한 비율대로 물량을 배분했다.
이들은 특히 낙찰 예정가격을 높이기 위해 여러 차례 입찰을 유찰시키는 방식으로 낙찰 가격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00년 8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실시된 지하 및 공중 전력선 등의 각 규격별 입찰을 예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찰하거나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법으로 7회 내지 15회 유찰시켰다. 그 결과 한전은 각 품목의 규격별 낙찰예정가를 9.9~27.3%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약 2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이렇게 11년간 이들 업체가 담합한 횟수는 220여회, 전체 수주 물량금액만 1조3200억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한전이 추가로 지급한 금액은 총 277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이들 담합업체들이 물게 되는 과징금은 386억원에 불과하다. 2300여억원은 고스란히 한전의 손실이 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의 담합으로 비싼 가격에 물량을 수주한 결과 한국전력의 원가부담을 키웠다. 한전의 손실이 결국 국민경제에 돌아갔다. 이번 한전의 전기가격 인상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해당 기업들의 법위반 사실을 한전에 통보하고 필요 시 한전이 해당 법위반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협의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전선산업 분야의 오랜 담합 관행을 타파하고 고착화됐던 한전 입찰의 물량배분 담합 구조를 와해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가격경쟁이 활성화돼 전선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한전의 송배전 원가 절감으로 인해 향후 전기료 가격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