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8일 론스타에 조건없는 단순 매각명령을 내리면서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금융위는 이날 임시위원회를 열어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으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은 론스타에 대해 초과 지분 41.02%를 6개월 내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금융권의 예상대로 매각방식에 별다른 조건을 달지는 않았다. 징벌적 매각 명령은 아니란 의미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기존에 하나금융지주와 맺은 외환은행 주식매매 계약을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지난 7월 총 4조4059억원(주당 1만3,390원)에 외환은행 지분을 넘기기로 하나은행과 합의한 바 있다. 앞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 대한 재상고 포기로 유죄가 최종 확정되면서 대주주 자격을 잃었다.

매각명령 이행기간 6개월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징벌적 성격이 빠진 외환은행 초과지분 매각명령을 내리면서 하나금융지주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최종 관문인 당국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에 대한 가격 재협상을 마쳐야 한다.

하나금융으로서는 인수 가격을 현재 외환은행 주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 그만큼 자금 부담을 덜 수 있고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을 내주는 데 부담이 덜 가기 때문이다. 론스타에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려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외환은행 지분을 처분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피해갈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격을 깎자고 나서기는 어렵다. 매각명령 이행기간이 6개월이나 부과됐고 그 기간에 론스타가 다른 매수자를 찾아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지난 7월 외환은행 지분매매계약을 6개월 연장하면서 인수가격을 4조4천59억원(주당 1만3천390원)으로 재조정했다. 종전 4조6천888억원에서 2천829억원 깎은 가격이다.

외환은행의 이날 종가는 7천900원이다. 현 계약가보다 40% 이상 낮추는 방안을 론스타가 받아들일 리 없다. 또한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매매계약 시한은 이달 말까지로 다음달부터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하나금융의 공식적인 입장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 나선다는 것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그간 론스타와 가격 문제를 논의한 바 없다"며 "매각 명령 이후 론스타와 접촉할 것"이라고 수차례 말해왔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거센 반발

안팎의 거센 반발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하나금융이 론스타의 `먹튀`에 일조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큰 부담이다. 은행 입장에서 부정적인 여론은 고객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권은 당장 국정조사 등 맞대응에 나설 태세다. 정치권은 그 동안 대주주 적격성 심사 사전발표와 징벌적 강제매각을 주장해왔다.

외환은행 노조 역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행정처분 효력금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대응에 나서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의 조건 없는 매각 명령은 불법적인 특혜조치이기 때문에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파업도 검토해 상황에 맞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미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시민단체 또한 반발이 거세다.

론스타와의 인수가격 재협상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상당부분 이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론스타가 얼마나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론스타가 하나금융 외에 또 다른 원매자를 찾아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잠재 인수 후보군이 많지 않은 데다 외환은행 주가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미 기존 매매가격에서 9200억원가량을 깎은 수정안을 제시한 상태다.

하나금융, 3대 금융지주사로 급부상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내 은행산업 판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탄탄한 해외영업망을 가지고 있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하나금융의 글로벌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총자산에 316조원에 이르며 국내 3대 금융지주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자산규모로 따지면 신한금융(310조원)을 따돌리고, 우리금융(332.3조원)과 KB금융(329.7조원)에 이어 3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국내 은행지점은 1004곳으로 KB금융에 이어 2위, 국외지점은 23곳으로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과 수출입업무, 해외점포망을 토대로 하나금융의 강점인 개인금융과 자산관리, 보험, 증권영업의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등 신용카드와 캐피탈 부문의 역량을 확충해 소비자금융의 시장지배력도 넓혀 나갈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이후에도 1지주사-2은행 체제로 운영하면서 외환은행 브랜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 측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중복되는 점포와 사업영역이 적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